힉스 입자-The God Particle
작년 4월, 물리학계의 거장,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 교수가 돌아가셨다. 사실 피터 힉스라는 사람도 굉장히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힉스'는 아마 그가 이론적으로 존재를 밝힌 '힉스 보손'일 것이다. 이 글은 힉스 보존이 무엇인지, 그리고 힉스 보손이 이론적으로 규명되고 실험적으로 존재가 밝혀지기까지 과정을 다룬다.
힉스 입자는 무엇일까
힉스 보손은 현재 우리가 채택한 우주관을 이루고 있는 '기본 입자'다.(기본 입자에 대한 설명은 다른 글에서 하겠다) 기본 입자 중에서도 '보손(boson)'이라는 구분에 들어가는 입자다. 보손은 간단히 말해 우주의 근본적인 힘 4 가지를 매개하는 기본 입자다. 존재성이 증명된 보손에는 광자, 글루온, W와 Z 보손, 그리고 힉스 보손이 있고, 중력자의 존재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이 때, 광자, 글루온, W와 Z 보손, 그리고 중력자는 아래의 힘을 각각 매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광자 -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글루온 - 강한 핵력/강력(Strong Force/Strong Nuclear Force)
W, Z 보손 - 약한 핵력/약력(Weak Force/Weak Nuclear Force)
중력자 - 중력(Gravitational Force)
이쯤 되면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분명 힉스 입자는 보손이라고 했는데, 왜 힘을 매개하지 않을까. 또 다른 의문은, 여러 매체에서 힉스 입자는 '질량'이라는 개념을 부여하는 입자라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
사실 힉스 보손은 힘을 매개하지는 않는다. 언급은 없었지만, 힘을 매개하는 나머지 5 개의 보손은 힉스 입자와 다른 분류에 속한다. 그 입자들은 '게이지 보손(Gauge Boson)'이라는 하위 분류의 입자들이다. 힉스 보손은 게이지 보손이 아닌, '스칼라 보손(Scalar Boson)'이다. 게이지 보손은 입자들이 상호작용할 때의 힘을 설명하는 입자이다. 그런데 게이지 보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게 된다. 이 때 힉스 입자, 정확히는 '앤더슨-힉스 메커니즘'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힉스 입자가 질량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힉스 입자는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가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게이지 대칭성도 힉스 입자가 깨트리는 것이 아니다. 힉스 입자는 그저 게이지 대칭성 깨짐과 질량을 만드는 작용(힉스 작용)의 원리,앤더슨-힉스 메커니즘의 증거일 뿐이다.
힉스 메커니즘이 질량을 부여하는 원리는 나름 간단하다. 어떤 입자가 앤더슨-힉스 메커니즘 속에서 상호작용(예를 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을 한다. 더 많이 상호작용하는 입자는 질량이 더 큰 입자인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 의의
그럼 사람들은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그 많은 노력을 했을까? 간단하다.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것은 앤더슨-힉스 메커니즘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즉, 힉스 입자가 존재함을 밝혀내면, 앤더슨-힉스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동시에 질량이라는 근본적인 성질이 나타나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 과정- 이론으로 시작하여 실험으로 완성되다
힉스 입자는 위에서 설명 했듯 앤더슨-힉스 매커니즘의 가장 강력한 증거다. 힉스 입자가 처음 언급되는 것은 1964년, 피터 힉스와 로버트 브라우트, 프랑수아 앙글레르 등의 공동저자 논문으로, 여기에서는 게이지 보손의 작용으로 인한 게이지 대칭성 깨짐을 설명하기 위해 앤더슨-힉스 매커니즘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이 매커니즘에서는 힉스 입자라는 기본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수많은 실험물리학자들은 미지의 힉스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고생길을 걸었다. CERN(유럽의 입자물리학 연구소) 등 여러 연구소들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힉스 입자와 다른 입자를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힉스 입자를 검출하고자 했다. 결과는? 2013년 까지는 전부 실패였다. 실험에서 힉스 입자를 검출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고, 검출된 줄 알았을 때는 대부분 다른 입자를 검출한 것이었다.
그러다 2013년, 드디어 CERN에 위치한 입자 가속기인 LHC에서 힉스 입자를 검출하는데 성공하고, 피터 힉스와 원래 논문의 공동 저자 프랑수아 앙글레르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왜 로버트 브라우트는 수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인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노벨상은 사망한 사람에게는 상을 수상하지 못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브라우트는 2011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데는 실패했다. 안타까운 거지
The God Particle?
힉스 입자에게는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다. 이는 힉스 입자를 발견함으로써 우주의 원리를 거의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이 내린 입자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름은 재미있는 비하인드가 있다. 이 글을 쓸 때 영감과 도움을 많이 준 책인 'The God Particle'(리언 레더먼, 딕 테레시 지음)에서 별명의 원래 형태에 대한 짧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 일화에 의하면, 원래 힉스 입자의 별명은 'The Goddamn Particle(빌어먹을 입자)'였다. 물론 이유는 물리학자들의 피땀을 바친 실험에도 불구하고 검출이 더럽게 안 돼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책의 제목을 'The Goddamn Particle'라고 지으려고 했을 때 출판사 측에서 단어를 순화해 달라고 했고, 그 결과 나오게 된 이름이 'The God Particle'이라고 한다.
글을 읽을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
이 긴 글은 다소 두서 없었을 것이다. 그건 필자도 인정하고 있고, 머릿속에 떠올린 주제를 구상없이 쓰느라고 이것저것에 대해 쓰니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괜찮다. 아마 대부분이 그랬을 거니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 글은 힉스 입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발견됐는지 최대한 비전문적으로 쓴 글이다.
힉스 입자는 분명 표준 모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리학자들이 힉스 입자를 찾으려고 애쓴 이유기도 하다.
원래 글의 목적은 힉스 입자를 발견하게 된 과정을 좀 상세히? 적어보는 것이였다. 서두가 길어지는 바람에 내용이 축약되었는데,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이 글을 읽고, 두 권의 책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 신의 입자(원서 제목: The God Particle), 저자: 리언 레더먼, 딕 테레시 (1993년 출판)
-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저자: 이강영 (2011년 출판)
두 권 모두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을 줬고, 언젠가 그 두 권의 소개글을 쓸 생각도 있다
특히 두 번째 책은 예전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가 쓴 책이고, 실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활용해서 학생들과 한 연구도 소개하고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길고 재미없는 글을 읽은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