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onova
서론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빅뱅 후 3분 후에 양성자, 중성자가 결합하여 수소, 헬륨 원자핵을 형성했고, 38만년 후에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여 수소, 헬륨 원자를 형성했다. 이 원자들은 서로 모여 별을 형성했고, 그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통해 철까지의 더 무거운 원소들을 형성했다. 여기까지는 고등학교 1학년 통합과학을 배운 학생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내용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철(원자번호 26번)보다 무거운 금(원자번호 79번), 우라늄(원자번호 92번)과 같은 원소들도 존재한다. 이런 원소들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답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는데, 이는 ‘킬로노바(kilonova)’라는 현상이다.
킬로노바와 r-process
킬로노바는 두 중성자별이나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충돌하는 폭발적 천문 현상이다. 이 충돌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중력파를 방출한다. 이 때 중성자 밀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환경이 조성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매우 빠른 속도로 중성자를 포획하는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을 r-process라고 부른다. r-process의 결과로 불안정하고 중성자가 과도하게 많은 핵이 만들어 진다. 이 과잉 중성자 핵은 시간이 지나면서 베타붕괴(음의 베타붕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베타붕괴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라는 과정을 통해 안정화된다. 베타붕괴의 식은 다음과 같다.
\[n \rightarrow p + e^- + \bar{\nu}_e\]
이 식에서 \(n\)은 중성자, \(p\)는 양성자, \(e^-\)는 전자, \(\bar{\nu}_e\)는 반중성미자를 나타낸다. 이러한 붕괴를 통해 과잉 중성자핵에서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고 전자와 반중성미자를 방출하면서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이 적당한 안정된 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결과로 금, 백금, 우라늄 등 중원소들이 형성된다.
사실 지금까지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는 r-process가 일반적인 II형 초신성(II형 초신성은 적색 초거성이 죽으면서 일으키는 초신성 폭발이다) 내부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즉, 일반적인 II형 초신성도 중원소를 형성한다. (이미 초신성이 중원소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의아하게 여겼을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II형 초신성으로 인한 r-process의 생성물의 양은 킬로노바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II형 초신성보다는 킬로노바가 중원소 형성에 준 영향이 더 강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킬로노바 발생률이 처음에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이러한 의견이 큰 힘을 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지구에서 발견하는 원소 중 상당수는 오래 전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난 격렬한 폭발에 의한 것이다.
중력파와 감마선
중원소의 형성 외에도 킬로노바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중력파와 감마선이다.
중력파는 움직이는 질량에 의해 시공간 발생한 잔물결이 광속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이다. 킬로노바 현상 전에 두 중성자별은 서로를 공전하며 나선형으로 접근한다. 두 중성자별이 가까워질수록 중성자별의 운동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더 강한 중력파가 발생한다. 이 중력파는 두 중성자별의 병합 순간에 최대가 되며 이때 엄청난 크기의 중력파가 발생한다. 이처럼 킬로노바는 중력파 천문학에 중요한 관측자료를 제공한다.
천문학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현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당수의 학자들은 감마선 폭발 (Gamma Ray Burst; GRB)라고 대답할 것이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감마선 섬광으로, 현재까지 관측된 천문 현상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전자기파의 발산이다. 이 현상은 소련의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해 발사된 미국의 위성 벨라(VELA)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감마선 폭발은 짧게는 수 밀리초에서 길게는 수 시간 지속되는데, 일반적으로 지속시간이 2초 이내인 단기 지속 감마선 폭발과 그 이상 지속되는 장기 지속 감마선 폭발로 구분한다. 평균적인 감마선 폭발은 태양이 100억 년간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불과 수 초만에 방출한다. 이 감마선 폭발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적이 없는데, 최근 킬로노바가 이 현상의 원인일 것이라는 가설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킬로노바의 실제 사례
이제 실제 사례를 통해 킬로노바를 중원소 형성, 중력파, 감마선의 측면에서 보자.
GW170817은 2017년 8월 17일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LIGO와 VIRGO 간섭계가 관측한 중력파이다. 이 중력파는 킬로노바에 의해 생성되었다. 중력파가 관측되고 1.7초 후에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과 INTEGRAL 우주망원경에 의해 약 2초의 단기지속 감마선 폭발이 관측되었다. 이는 중력파와 전자기파의 발생이 명확히 연관된 최초의 사례이다. 이는 킬로노바가 일부 감마선 폭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감마선 폭발은 이후 킬로노바 현상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r-process에 의한 광학적 잔광을 일으켰다. 이로써 GW170817은 r-process를 통해 무거운 원소가 형성되는 킬로노바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결론
킬로노바는 두 중성자별의 충돌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천체 현상으로, 중력파, 감마선 등 다양한 신호를 동시에 방출한다. 이 현상은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r-process를 통해 형성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며 GW170817을 비롯한 관측 사례를 통해 이론적 예측이 관측적으로 입증되었다.
킬로노바는 하나의 천문 현상이 핵물리학,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주론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킬로노바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으나 천체물리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P.S.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글의 내용을 지나치게 맹신하지는 않기를 바라며 필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경우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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